배경

연구 방향 (2026-05-10)

Qaether Theory 2026. 5. 10. 22:39

최근 내 머릿속은 온통 'Qaether'의 실질 공간화에 빠져 있다. 물리학자도 아니면서 빠져있다는게 웃긴 이야기지만 잠시 휴식을 할때도, 산책을 할때도 항상 내 눈앞에서 작은 공간의 조각들이 파편처럼 흩어졌다가 다시 얽히고는 한다. 내가 제시해 온 가정이 물리적으로 타당한(feasible) 것일까라는 근원적인 의문은 매일 나를 집요하게 괴롭힌다. 우리가 당연하게 딛고 서 있는 이 거대한 우주 공간이 실은 보이지 않는 미세한 조각들의 정교한 집합체에 불과하다는 생각, 이 직관적인 믿음을 단순한 상상이 아닌 물리적 실체로 증명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요즘 나의 숙제다.

 

인력을 가정하지 않는다면 도대체 얘네들은 무슨 힘으로, 어떤 원리로 흩어지지 않고 모여 있으려는 걸까? 이 존재론적인 갈증을 안고 자료를 뒤적이다 정말 운 좋게 알더와 웨인라이트(Alder & Wainwright)의 Hard Sphere 상전이 이론과 세펄리(Ceperley)의 PIMC 실험을 발견했다. 이건 나의 무지를 깨우는 정말 구원과도 같은 발견이었다. 사실 입자 사이에 서로 끌어당기는 인력이 없으면 모두 흩어져 버려 결코 고체 구조가 유지되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들의 연구는 내 고정관념을 완전히 깨뜨려 주었다.

 

알더의 이론은 입자들을 겹쳐지지 않는 딱딱한 구체로만 가정해도, 밀도가 높아지면 입자들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엔트로피적 공간'을 최대화하기 위해 스스로 규칙적인 격자 구조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즉, 에너지가 아니라 엔트로피가 추진력이 되어 FCC나 HCP같은 최밀 충전 구조를 자발적으로 만든다는 점이 핵심이었다. 세펄리의 실험은 단순히 서로를 밀어내는 배제 부피 효과만으로도 공간의 기하학적 질서가 태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실험한 것으로, 내가 그동안 끙끙 앓으며 고민하던 '공간 조립'의 미스터리를 해결하는 데 결정적인 열쇠가 되어주었다. 즉, 고밀도로 압력이 주어지면 최밀 충전 구조가 생기며 이후 외력이 사라져도 쉽게 그 구조가 깨지지 않고 유지된다는거다. 덕분에 Qaether들이 특별한 결합력 없이도 어떻게 견고한 공간의 바탕을 이룰 수 있는지 이론적으로 구체화할 수 있었고, 실제 시뮬레이션 실험까지 진행해 볼 확신이 생겼다.

 

여기까지 진행이 되자. 난 좀더 내가 찾고 싶었던 공간의 곡률 문제에 대해서도 찾기 시작했다. 늘 큰 산이었던 이 문제는 Kleinert의 World-crystal 가설과 CDT(Causal Dynamical Triangulation) 이론을 찾아 내면서 다시 한번 해결책을 찾게 되었다. 클라이너트가 제안한 것처럼 시공간을 결함이 있는 결정체로 본다면, 곡률은 곧 격자 구조 내의 곡률 결함(Disclination)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CDT에서 시공간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인 정사면체(Simplex) 결합 구조는 기본적으로 우주를 완전하게 메울수가 없어서 곡률을 유발하는데 이에 정팔면체를 기하학적으로 배치하면, 격자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국소적 곡률을 효과적으로 상쇄하거나 최소화할 수 있다거다.

 

Qaether 이론에서 이 정팔면체 구조들 중 특정한 D4 대칭성을 가진 녀석들을 '물질'로 정의해 왔는데, 이를 연결하면 결국 입자(물질)의 존재가 주변 공간의 기하학적 좌절(Geometric Frustration)을 해소하여 곡률을 완화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정리하자면, 우주는 본래 기본적인 곡률을 가지고 있지만 물질이 그 곡률을 국소적으로 상쇄하며 완화하기 때문에, 이미 곡률이 있던 세상에 살던 우리 눈에는 마치 물질이 곡률을 새롭게 만들어내는 것처럼 보이는 셈이다. 이 논리가 성립되면 왜 지금의 힘과 반대 방향의 힘이 존재하지 않는지도 설명이 가능해진다. 이를 통해서 한동안 정체되어 있던 머릿속이 다시금 활기를 띠기 시작해 요즘 무척 고무적이다.

 

사실 요즘 회사가 커지면서 눈코 없이 바빠졌다. 예전만큼 연구에 시간을 쏟기가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나한테는 이게 가장 즐거운 취미이자 유일한 힐링이다. 퇴근하고 이렇게 생각을 정리하며 우주의 본질에 다가가는 시간은 나에겐 최고의 휴식이다. 지금 다듬고 있는 이론이 나중에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모르겠다. 나만의 즐거운 상상으로 끝날지도 모르지만 결과가 어떻든 상관없다. 우주의 지도를 그려나가는 고귀한 취미 덕분에 삶은 어느 때보다 풍요롭고 단단해지고 있으니까. 몸은 고되지만 마음만은 어느 때보다 선명한 밤이다. 오늘도 짧게나마 기록을 남기며 하루를 마무리해 본다.